Monday, June 18, 2012

공원에서의 맥주

O는 공원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한다.
특히 공원에서 맥주 마시는 것을 더욱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공원을 좋아할 뿐 아니라 맥주도 좋아하기 때문에
O가 공원에서 맥주 마시는걸 좋아한다는 얘기에 나도 좋았었다.

<목동 파리공원>

O와 함께한 공원에서의 에피소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 들어보겠다.

1. 공원엔 역시 맥주.
O와 저녁으로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를 마시고 공원에 가자고 해서 가는 중이었다.
나는 당연히 술을 마셨으니 커피나 기타 음료수를 마실 생각으로 공원에 가기 전에 들러야지 생각했으나
O는 예상을 뒤엎고 공원 가는 길에 편의점이 보이자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 공원에 가니까 맥주를 마셔줘야해!'

그랬다.
저녁으로 마신 맥주는 반주이고
공원에 갈 때도 역시 맥주를 마셔주는게 기본 자세인 것이다.

여기서 부터 O의 공원에서의 맥주 사랑은 시작되었다.


2. 맥주를 마시다가 모자르면 어떡하지?
하루는 또 공원에 가는 길에 맥주를 사가지고 갔다.
난 330ml 맥주는 양이 안찰 것 같아 두 캔을 샀고, O는 한캔을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했다.
그 날은 목이 좀 말라서 첫번째 캔을 마시고 바로 두번째 캔도 땄다.
그리고 조금씩 마시고 있으니까 O가 이렇게 얘기했다.

'너 맥주 아껴 마시는 거야?'
'웅... 그래도 아직 남아 있긴 해...'
'맥주를 왜 아껴마셔, 모자르면 더 사오면 되지!'
'!!!'

그렇다.
나는 사온 맥주가 모자를까봐 아껴 마시고 있던 거였는데
O는 모자르면 더 사와서 마시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알려준건데
난 그걸 모르고 마시고 있던 거였다.


3. 작은거 두개 보단 큰거 한개
그 일이 있은 후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공원에서 맥주를 마실 일이 생겼다.

O는 항상 작은 캔(330ml)을 마시던 터라
난 O를 따라 작은 캔 두 개를 집어 들었는데,
O가 말했다.

'오늘은 목마르니까 큰거 한캔(500ml) 마실래'

그렇다.
비록 작은 캔 두개가 큰 캔 하나 보다 양이 더 많긴 하겠지만
한번에 쭉 들이키기에는 큰거 한캔으로 마시는게 훨씬 나은 것이다.

<O가 좋아하는 맥주, 버드와이저>
4. 맥주가 마시고 싶을 땐 마셔야...
공원에는 항상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에 맥주를 마셨는데
한번은 맥주를 마시면 안되는 때가 있었다.
왜냐하면 차를 끌고 와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또 목이 말라서
지나가다가 편의점에 들러서 탄산음료를 마셔야지 생각하고
냉장고를 쳐다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맥주가 같이 진열되어 있었다)

'너 맥주마시고 싶은거 아냐?'
'맥주 마시면 좋긴 한데 운전해야 하니까'
'한캔 정도는 괜찮아 그리고 마시고 바로 갈 것도 아닌데... 그리고 너 맥주 마시고 싶었던거 아니었어? 얼른 마셔 후회하지 말고'
'한캔 정도는 괜찮겠지?'

맥주가 마시고 싶을땐 마셔줘야 한다.
공원에도 왔으니까.
물론 돌아갈때 운전을 하긴 했지만 맥주를 마시고 약 3시간 후에 운전을 해서 음주운전은 아니었었다.

5. 맥주를 빨대로 마시는게 이상해?
O는 맥주가 술이 아니라 어떤 음료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 맥주를 빨대로 마시는 걸 좋아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나 뿐만이 아니라 편의점 사장님도 놀랐던 일도 있었다.

역시 공원에 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를 사서 계산하는데 O가 말했다.
'빨대도 하나 주세요'
'네? 맥주를 빨대로 마셔요?'
'네, 이상한가요?'
'맥주를 빨대로 마신다는 사람은 처음이어서요 ㅎㅎ'

뭐 나도 O를 따라 빨대로 맥주를 마셔본 적은 있다.
특별히 이상하지는 않고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O는 참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