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3, 2018

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4) - 군 시절

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1) - 초등학교 시절
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2) - 중고등학교 시절
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3) - 대학 입학 부터 군 입대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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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도 군대라는 곳을 어차피 가야 했었고, 공부하는 것에도 그렇게 흥미가 있지 않았던 데다 집에서도 군대를 빨리 다녀오는게 좋겠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1학년 까지만 다니고 휴학을 한 후에 군대에 지원했다. 그런데 정말 얼마나 지원자가 많았냐 하면 육군 같은 경우는 거의 1년을 대기해야 한다고 했을 지경이었고 그 외에 지원해서 입대하는 다른 공군, 해군의 경우도 몇 개월씩 기다렸다가 입대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살았던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대기를 하고 군대를 가야 했다.

때마침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가 개봉했고, 영화 리뷰 겸 그 때 나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더 좋을 것이다.
https://feelcommonlife.blogspot.com/2018/12/blog-post_3.html

육군은 안될거 같아서 나머지 지원해서 갈 수 있는 것 중에 해군에 지원해서 입대를 했다.  복무기간이 28개월이어서 복학 기간에 맞추려면 최대한 9월 이전에는 입대를 했어야 했고 안그러면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다행히 7월에 입대해서 11월 제대하는 복부기간이어서 복학 준비도 할 수 있는 기간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진해에서 기초 훈련을 받고 병과를 지원해서 나누게 됐는데 그때는 키 순서대로 헌병 데려가고 컴퓨터 관련과는 전산병으로 데려가고, 전자통신 관련 과는 통신병으로 데려가고 그런 식이었다. 난 컴퓨터공학과 다니다가 군대에 오니 뭐 당연하게 전산병이 되게 되었고 전산병 훈련 받는 기간에 정말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왼쪽 부터 겨울 정복, 근무복, 여름 정복이다. 어린 시절 단순하게 이 옷을 입으면 땅바닥을 구르는 훈련을 안할거라 생각해서 해군을 가게 되었는데... 땅바닥을 구르는 훈련 외에 다른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출처: 해군 블로그 http://blue-paper.tistory.com/>

대학에서 Unix와 C를 한 것도 조금 신기했는데, 그 때 군대에서 전산병에게 교육한 내용은 무려 COBOL이었다. 실제로 구전과 책에서나 봤던 언어였고 실제로 이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한 사람을 찾는게 가능한 일인지도 힘든 그 COBOL. 그게 전산병 교육장 PC 실에 깔려 있었고 며칠 동안 COBOL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도 했다. 그때 프로그래밍 했던 COBOL은 영어 문장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거였고 BASIC과 아주 흡사했다. 필요에 의해서 실습도 하고 공부도 했지만 정작 군생활 내에 써먹어 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실제 내가 군생활을 했던 곳에서는 COBOL을 쓰지 않았고 Visual basic이나 Power builder를 썼기 때문이다. 이 마저도 잠깐 해봤을 뿐이다.

<군 생활 때 워드병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문서 작성했던 워드 프로그램인 아리랑 3.0
출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6Txc&articleno=15813762&totalcnt=129>

군 생활 때 전산실에 근무해서 Visual basic을 잠깐 접할 기회가 있긴 했지만, 곧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어느 부서의 워드병으로 차출되어 거기서 문서작업 하는 일로 제대할때 까지 군생활을 했다. 상병, 병장의 계급을 달고 짬이 차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시간이나 자유 시간이 조금 생기게 됐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개발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지금과는 달리 그때는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업무 시간이었고 일부러 거짓 보고를 올리고 사무실에서 야근한다고 하지 않는 이상 컴퓨터를 쓸 시간이 없었다. 두 번째는 공부 보다는 외박 나가서 PC 게임 하는 것과 록 음악 듣는 것에 더 심취해 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즉 전공 공부나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어도 실천은 못하고 음악 듣거나 외박 나가면 PC 게임 하는 걸로 시간을 보냈다.

제대 하기 몇 달 전 그 당시 인기 있었던 인터넷 정보 검색사라는 자격증이 있었는데, PC에서 객관식 시험을 치면 바로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는 자격증이어서 특별히 컴퓨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따곤 했던 자격증이었다. 그런데 사실 개발하는 능력하고는 전혀 상관도 없고 자격증 자체가 공신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있으나 마나한 자격증을 따고 아주 잠깐 뿌듯해 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군 생활 때도 개발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엄청나게 능숙한 워드 프로그램 작성 능력, PPT 작성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힌 것과 한글, 영문 타자 속도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점 (각각 800, 500 타 정도?), 그리고 2벌식도 빠르게 치는게 지루해서 3벌식 타자 연습도 했던 (200타) 그런 시절을 보냈다. 팩트로 얘기하자면 개발과 개발 외에 컴퓨터로 하는 모든 작업의 물리적인 기본 능력만 키운 셈이다.

제대한 후에는 다행히도 복학할 학비를 부모님이 준비해 주셔서 학교에 복학할 수는 있었는데, 군 생활을 했던 3년 사이 쓰던 컴퓨터의 성능이 썩 좋지 않아서 또 컴퓨터가 좋아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고 좋은 컴퓨터를 마련하고자 복학하기 전 까지 PC 방 알바를 하며 점심 값 제외하고 월 60만원 정도를 벌어 그 당시 살 수 있던 아주 좋은 성능의 PC를 장만했다.

지금 월 60만원에 알바하라고 그러면 미친놈 취급 받겠지만 그 당시(2000년)만 해도 최저 시급 개념도 희미했고 시간당 알바 시급이 대충 2천원 전후였기에 대략 최저시급 정도 받고 일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점심은 꼬박꼬박 사주고 한달에 한번씩 회식도 시켜줬던 PC방 사장님이 고맙기만 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