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29, 2019

Interview review 2017 #8

Interview review 2017
1. 원격 지원 및 보안 솔루션 제품 개발 회사
2. Unity를 이용한 인테리어 디자인 앱 개발 회사
3. 의료 분야 외국계 회사
4. AR/VR 교육 컨텐츠 앱 개발 회사
5. 쇼핑몰 회사
6. 반도체 정보 수집 솔루션 + 파견 회사
7. VR 플랫폼 개발 회사

-------

8. 지방에 있는 솔루션+SI 회사

이 회사 역시 동네 이름과 회사의 기술 기반에 대해 얘기하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수준의 회사다 보니 찾아 보면 찾아지는 회사이다.

이 시점에 구직 활동은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는 회사 검증해서 찾기 + 일단 기술 스킬이 되는대로 면접 진행해서 연봉 수준 괜찮으면 일해보기를 병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아쉽게도 이 회사는 되는대로 면접 진행해서 연봉 수준 맞춰 일하기의 회사여서 그런 것도 있고, 정말 먼 지방 그러니까 경기도도 아니고 충청도에 있는 회사여서 면접 보러 가는 것도 좀 그랬다.

그런데도 면접을 보러 간 이유는 기숙사 지원 혹은 교통비 지원이라는 채용 조건이 눈에 들어와 한번 어떤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전전 회사에서 솔루션 유지보수 한다고 지방에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기억을 떠올려 봤을 때 이정도 위치의 회사인데 지원금이 나온다면 나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력서 지원 후 마감 된 뒤 며칠 후에 회사 경영지원팀인 듯한 여자한테 연락이 와서 면접 진행 여부를 물었고 알겠다고 한 후에 면접 가능 날짜를 잡다 보니 평일 오전으로 잡게 되었다. 친절하게 몇 시까지 와야 하고 어떻게 와야 하는지 문자로 면접 안내를 해 주는데, 면접 진행 체계가 좀 갖춰진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회사는 역세권도 아니고 지방의 어느 동네에 있는 건물에 위치해 있어서 KTX를 타고 천안아산역에 간 후에 택시를 타고 회사를 찾아가야 할 수준이었다.

면접은 어떤 팀의 팀장으로 보이는 분과 1:1 면접을 진행했다. 평범한 자기소개 + 평범한 경력 소개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고, 팀장이 원하는 기술 질문을 몇 번 대답해 줬는데 평이한 수준이었고 MS의 기술을 쓸 수 있는 개발자라면 무리 없는 수준이기도 했다.

평범한 면접에서 괜찮았던 건, 이 팀장이 자신들이 하는 일과 역할 그리고 어디로 파견 나가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지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 줬다는 거다.

그 후에 본격적으로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은 다 근처에서 일하는 거냐? -> 기숙사에 있는 분 절반 주말에 집에 가시는 분 절반 정도인거 같다.
기숙사는 무료 인가? -> 그렇다. 회사에서 이 근처 아파트에 기숙사를 지원/운영 하고 있다.
야근은 어쩔 수 없다 치고 기숙사에 있으면 주말에도 일하거나 그런건 없냐? -> 주말에는 되도록 일을 안하려고 하는데 상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팀은 주말에 일하기도 한다. 수당은 챙겨준다.
파견지는 다 이 근처인가? -> 그렇다. 그래서 회사도 여기에 사무실이 있는 거다.

연봉도 내 최종 연봉 수준으로 맞춰 준다고 했고 일하자는 연락만 오면 무리 없이 일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지막에 언제부터 근무 가능한지를 확인했고, 지방에 내려와서 일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도 다시 확인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간혹 일한다고 하고 막상 일하다가 너무 멀다면서 관두는 사람들이 꽤 되는 듯 해서 확실하게 물어보고 있다고 했다.

면접은 순조롭게 끝이 났고 집에 가는 길은 시간이 넉넉해서 걸어서 대략 20분 거리에 있는 1호선 배방역까지 가서 다음 전철 올 시간 까지 이디야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면서 기다리다가 전철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느낀건데 서울까지 올라오는 시간이 2시간이 넘게 걸려서 전철 타고 다닐 거리는 아니구나 싶었다.

지루한 1호선 전철 여행을 하며,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별다른 연락이 없다면 여기에서 일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때 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같이 일 하고 싶은데 언제 부터 일할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냐는 얘기였다. 면접 보자마자 2시간도 안되서 연락 온 것도 당황스러운데 언제 부터 일할 수 있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는 못했다. 아직 면접 일정이 잡힌 회사도 있고, 재밌게 일할 수 있는 회사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 고민 고민 하다가 내린 결정은 "아니다" 였다. 이렇게 먼 곳에서 일하는 것 까지는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었지만 아니다로 결정한 이유가 크게 두 가지였다.

- 꼭 다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가고 싶다. => 여긴 SI 위주여서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면접 분위기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익히 써 왔던 기술 위주로 하는 일이어서 많이 재밌어 보이지 않은 느낌이었다.
- 그리고 이제 딸 태어날텐데 애 돌볼 시간을 출퇴근 시간에 뺐기고 싶지 않다. => 판교도 시간 걸리는 곳이어서 왠만하면 서울 안쪽으로 구하고 싶었다.

그 당시 전철안에서 내린 나의 결정은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으나, 지금 돌이켜 보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재밌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 회사에서 곧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Friday, January 25, 2019

Interview review 2017 #7

Interview review 2017
1. 원격 지원 및 보안 솔루션 제품 개발 회사
2. Unity를 이용한 인테리어 디자인 앱 개발 회사
3. 의료 분야 외국계 회사
4. AR/VR 교육 컨텐츠 앱 개발 회사
5. 쇼핑몰 회사
6. 반도체 정보 수집 솔루션 + 파견 회사

-------

7. VR 플랫폼 개발 회사

AR/VR의 차이점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내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시작한다.

그 당시 이 회사는 창업한지 2년이 되지 않은 회사였다.
채용 공고에는 엄청나게 많은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었고, 그 중에 역시 내 개발 경험과 일치하는 Windows 개발 경력자를 원하는 채용공고가 있기에 채용사이트인 사람인을 통해 지원을 했다. Windows 개발인 WPF 뿐 아니라, .NET, Unity, Web 등 요구하는 기술이 많긴 했지만 암튼 플랫폼 개발을 한다고 해서 맞는 채용 포지션에 지원을 한 것이다.

지원은 몇 달 전에 했고, 채용 공고 마감도 된 지도 한 달이 넘어갔을 때 쯤이었다. 그냥 수많은 지원한 회사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 이 회사에서 어느날 연락이 왔다. 면접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오후 쯤 되는 시간을 잡아서 면접을 보러 갔다. 내 기억에 이 때 부터 프리랜서 생활도 끝냈고 과외 활동도 접으려고 했던 시기여서 시간이 좀 많이 남았었기에 면접 진행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로 마음먹은 때 였다.

회사는 뜬금 없게 송파쪽에 위치한 회사였는데 면접 보러 간 김에 롯데월드에서 영화도 보고 그러려고 했다. 회사 사무실은 오피스텔에 좁은 공간에 있었고 자신을 이사라고 소개한 분과 1:1 면접을 진행했다.

이분과 진행한 면접이 기억에 남는게, 내가 전 회사에서 이사님과 면접을 1:1로 진행하고 바로 연봉과 채용을 결정짓는 면접을 했었는데, 이분도 역시 그랬다. 아니 거의 똑같았던 것 같다.

이력서에 써져 있는 건 읽어 봤으니 구구절절 설명 들을 이유가 없다고 했고, 경력이 조금 되니까 관심 있어하는 분야와 주요 개발 경력에 대해서만 잠깐 얘기를 했다. 회사가 VR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해서 Unity로 모니터링 시스템 만들었던 얘기를 강조해서 했더니 꽤나 좋아했었다.

어쨌든 이 이사님은 경력이 조금 되는 그러니까 5년차 이상 되는 개발자들을 모아 플랫폼 사업을 시작할 것이고 VR 헤드셋에 의존하지 않고도 VR 경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대표님과 임원들이 뭐 IBM에 있었고 다 기술 관련된 개발 했던 개발자 출신이라고 해서 신뢰가 갔다.

신뢰가 갔다는게 무슨 의미냐 하면 대표가 경영자가 아니고 개발자 출신이었을 때 회사가 돌아가는 방향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 회사에서 개발자 출신 대표님과 개발 문화를 겪어보고 나니까 우리나라도 이제 개발이 중요하다고 인식이 되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는 걸 그제서야 찾아보고 이런 흐름으로 가는게 맞다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2012년까지)에는 개발 문화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았었다. 그리고 회사가 개발자 중심으로 가게 되면 개발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이 자연스럽게 구축되기 때문에 개발자 출신 대표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면접 역시 1시간 정도로 해서 끝이 났고 얘기가 모두 순조롭게 잘 됐었다. 연봉 조건도 괜찮았고, 자기가 인사 권한도 있어서 내일 대표님한테 얘기하면 바로 출근 날짜까지 알려준다고도 했다.

면접을 너무 신나게 잘 봐서 그날 영화도 재밌게 보고 집에 와서도 아내한테 엄청 자랑을 하기도 했다. 자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글의 서두에 이 글의 회사는 내가 지금 재직중인 회사가 아니라고 한 말을 떠올려보자. 그러면 다음날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다음날 오전 까지는 괜찮았다. 사실 그 분이 오전 중에 알려준다고는 했는데, 꼭 오전이 아니고 오늘 안에만 연락이 오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후가 되자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게 됐다. 언제 연락이 오는 건지, 혹시 내가 연락을 못받는게 아닐까 엄청 신경이 쓰였었다. 결국 그날 연락은 오지 않았고, 그 후로도 영원히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난 이 회사에서 봤던 면접에서 가장 상처를 많이 받았다. 면접 진행하고 결과를 나중에 알려준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연락이 안오는 거면 그냥 안된거다 라고 포기하는건 많이 겪어봤기에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연봉은 여기까지 주겠다, 채용 하겠다, 내일 연락 주겠다 까지 다 얘기해 놓고 좋게 끝난 면접에서 연락이 안오면 그 허무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결국 내 기대와는 다르게 이 회사와의 인연은 없게 됐지만, 앞으로 이런 면접을 또 진행하게 된다면 진짜 흔히 속된 말로 얘기하는 표현인 암걸릴 것 느낌일 것 같다.

면접관(interviewer)들아, 사실 너희들도 별거 아닌데 뭔거 대단한걸 하는 것 처럼 면접보러 온 사람들 한테 권위의식 느껴가면서 대화하는거 별로 안좋아 보인다. 특히 나는 너희들 면접 볼 때 표정 보는게 특기기 때문에 니들이 면접을 대충 보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다 알아낼 수 있단 말이다. 그런데 거짓말 까지 하는 건 알아챌 수가 없는 것 같다. 거짓말을 믿은 후에 거짓이 밝혀지면 사람은 상처받게 되어 있다. 이런 짓은 진짜 하지 말자. 그러면 humanism이 없지 않겠니?

Friday, January 18, 2019

Interview review 2017 #6

Interview review 2017
1. 원격 지원 및 보안 솔루션 제품 개발 회사
2. Unity를 이용한 인테리어 디자인 앱 개발 회사
3. 의료 분야 외국계 회사
4. AR/VR 교육 컨텐츠 앱 개발 회사
5. 쇼핑몰 회사

-------

6. 반도체 정보 수집 솔루션 + 파견 회사

지금 생각해 보면 여기는 솔직히 그냥 이력서 넣어본 회사였던 것 같다. 그런데도 넣은 이유는 채용 조건이 만족해서였는데

  • 작은 회사 (직원 10명 이하) 인데도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는 점
  •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
  • 사용하는 기술이 내가 익숙한 C#, C++, Windows 였다는 점
이다.

마음 속에는 일하고 싶은 회사는 아니지만 연봉 조건만 좋다면, 그냥 일 해야지 생각을 했던 터라 큰 부담감도 없었다.

채용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하니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사실 연락이 올 수 밖에 없는게 맞았는데, 채용공고에 매우 부합하는 기술 셋과 솔루션 개발 경험, 파견 경험까지도 있었으니까. 내 일정을 보고 빈 시간을 얘기해서 일정을 맞추고 평일 저녁 쯤 면접 일정을 잡았다.

회사 위치는 분당 수내역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집에서 면접 시간보다 조금 일찍 출발해 판교의 전 회사 근처 샐러드집에서 열심히 모아온 포인트를 음료수와 빵 사는 걸로 포인트를 다 썼다. 회사 다니면서 자주 가다 보니 포인트가 13000 포인트 정도인가 쌓였었는데, 왠지 오늘 아니면 올일이 없을 거 같아서 그랬다. 그리고 운동도 할 겸 걸어서 수내역 까지 갔다. 판교(판교역 아님 주의)에서 수내까지 걸어서 가본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빡세게 걸어가면 대략 45~5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상가 건물 3층엔가 작은 사무실이 있는 곳을 방문해서 사장님과 팀장님, 실무자로 보이는 분 세분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첫 질문은 우리 회사가 뭐하는 회사냐고 물어보는 것 부터 시작했는데, 잘 모르고 이력서 들이미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건지 몰라도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과 면접 보기를 원한 듯 보였다.

대충 내가 했던 일과 아는 기술 위주로 얘기하면서 면접 진행 하다가, 실무자로 보이시는 분이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자신들이 어떤 설비들과 장비에 데이터를 마구 수집해서 그걸 잘 정리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대부분 비정형 데이터라는 얘기를 해서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봤다.

딱히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어서 아무리 데이터가 비정형으로 온다 하더라도 어떤 규칙이 있을 것이고 그 규칙성을 찾아 적당히 파싱하던지 필터링 해서 정형 데이터 형태로 만들고 그걸 시스템에서 불러들이게 하면 되지 않겠냐고 대답을 했다.

그렇게 얘기를 주고 받다 보니 자기가 원한 답이 아니었다라는 표정이 눈에 확 들어왔다. 뭐 문제 자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평가하는 방법은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뭐 힌트를 준다던가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논의했다기 보다는 여느 면접질문과 마찬가지로 "너가 어느정도 알고 있느냐" 수준의 질문이라 면접관의 얼굴 표정을 보고는 썩 좋은 느낌은 받지 못헀다.

그리고 기술과 역량 관련된 질문 보다는 반도체 공장으로의 파견 근무, 팀장 역할, 술 마시는 분위기 등 업무 외적인 자세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물어보는 질문을 했을 때도 솔직히 대답해 줬다. 파견 근무는 예전회사에서 지겹게 했고 심지어 반도체 공장에도 들어가 그 회사 솔루션 커스터마이징 해주는 일까지 했다고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문제는 없었다.

그 외에 술은 좋아하지만 잦은 술자리는 안좋아한다. 오히려 술자리가 없는게 좋다. 그리고 팀장 역할이라면 여태 해 왔으니 그건 잘 할 자신이 있고 같이 일해보면서 판단해 보셔도 될거다 라고 하니 사장님은 꽤나 좋아하는 눈치였다. 물론 술자리 자주 갖는 거에 대해서는 아쉬워 했지만 술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는게 먹혀 들어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요즘 면접 추세와 달리 인성 면접에 들인 시간이 꽤나 됐다는 건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걸 원하는 회사는 가"족"같은 회사나 라인 잘 타서 정치질 하면서 회사 생활 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바, 처음 생각했던 대로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종적으로 사장님과 단독으로 연봉 협상까지 진행했는데, 이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신중히 보고 뽑아야 하는 점에서는 회사 쪽에서는 안좋을 수는 있는데 면접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간 많이 안뺐기고 임원 면접이라던지 연봉 협상을 위한 추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좋은 것 같다.

연봉 수준은 원래 받던 것 보다는 조금 낮춰서 얘기했고, 일단 알겠다고는 하고 나왔다. 나오면서 생각한건 그 연봉으로 연락와서 같이 일하자고 해도 안하겠다고 얘기할 마음을 먹었는데, 그날 이후로 영원히 그 회사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Monday, January 14, 2019

회사에서 하는 일을 잘 하는 게 자신의 개발 실력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1)

제목이 좀 자극적이어도 글을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개발 실력이라는 것?


실무 경험이 없는 그리고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 빨리 회사에 입사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
- 회사가 내 개발 능력을 잘 써주길 바라는 것

그런데, 사실 일해보면 알겠지만 위 두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일단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일을 함께 해 보지 않고 알 방법은 없다. 뭐 같은 기술을 쓰고 같은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안되고가 판단의 포인트가 아니라는 뜻이다. 회사는 제품 개발이 되고 수익이 나는 상황을 원하게 되어 있고 그러려면 일 하는 사람에게 요구하는건 개발 하면서 배웠던 개념이라던지, 좋은 개발 문화,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코드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 등등을 원하는 게 아니고 어떻게든 동작하는 코드를 작성해서 버그가 없이, 그리고 일정에 맞춰서 문제 없이 일을 끝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만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시키는 일을 별 문제 없이 잘 해서 월급 줘 가며 일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회사 쪽에서 가지는 시각이라는 것이다. 뭐 이것도 내가 여차저차 잘 해서 스스로 회사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면 좋은 케이스이지만 그렇게 개발을 하다 보면 내 개발 실력이 느는게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일에 맞게 잘 훈련되서 거기에 맞춰 열심히 노동력을 제공 해 주고 월급을 받아왔다는 게 팩트인데, 그걸 잘 모른다는 게 사회 초년생들의 흔한 착각이다.

또 회사가 나의 능력을 잘 써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건 좋지만, 아마 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가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즉, 나의 능력과 흥미가 어디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나의 능력을 그쪽에 맞춰 키워나가는 걸 더 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가진 능력은 코드를 계속 리팩토링 해서 간결하고 유지보수 하기 좋게 코드를 짜는 능력이 있고 그걸 회사 업무 하면서 발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회사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고, 당장 2주 후에 만들어야 할 관리자 페이지와 프로모션 페이지를 만들어야 하고, 서버 로직과 DB 쿼리를 잘 짜서 어떻게든 기능을 만들어 내는 데 쫓기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면 잘 설계되고 잘 리팩토링 된 아름다운 코드는 나오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시간을 더 투자해 내가 원하는 능력을 발휘해서 리팩토링된 코드를 잘 구현했다고 하더라도 쓸데없는데 시간 썼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개발 문화가 나의 관심사를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라면 내 진짜 실력이 성장할 기회 조차도 없기 때문에, 애초에 아무 회사나 들어가서 내 능력이 잘 쓰이길 기대하는 거 부터가 잘못됐다. 처음부터 내 관심사에 대해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회사를 찾아가서 일하는게 맞다.

이런 시간을 1년, 2년, 3년 보내고 나면 얻는 타이틀이 개발 실력일까?


개발 실력이 늘던 아니던, 성장을 했던 못했던 어쨌든 모두들 사회 생활을 하다  스스로 이렇게 부르게 된다.

"안드로이드 개발 2년차"
"자바 개발 3년차"
"서버 개발 5년차"

뭐 5년차 까지는 괜찮다. 회사 이직 시 연봉 상승에 아주 좋은 연차들이니까. 그런데 그런 시간을 보내온게 실력을 증명하는 길인지 아닌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일단 좋은 개발문화를 가지지 못한 회사에서 시키는 일과 일정에 쫓겨 일을 했던 사람이면 개발 년차가 크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성장하기 위한 능력을 키운게 아니고 일 하는 방법을 잘 훈련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온 거니까.

"내가 개발 3년 했으니까, 어느 정도 인정 받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개발 문화가 좋지 않은 곳, 즉 여태까지 일정에 쫓겨가며 시키는 일을 마무리 하는 것에 시간을 보내온 개발자는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다른 회사에서는 대우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등급이 올라가면 더 단가를 후려치고 월급은 조금만 더 줘도 되니까) 그런데 대부분 이직을 원하는 회사는 개발 문화가 좋은 곳을 원한다. 카카오라던지 네이버, 우아한 형제들 이런 곳일 것이다. 그런 곳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한번 보러 가보자,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개발자였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서류 전형이 통과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는 논외이다.)

그 회사들이 원하는 면접의 형태에 코딩 테스트가 있다. 알고리즘 문제 해결이라던지 프레임워크나 특정 기술적 상황에서의 문제 대처 방법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면접을 진행을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했던 일은 그런 것과 상관 없는 것들을 해왔기 때문에 면접을 잘 볼수 없게 된다. 혹은 그런 경험을 했고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남들한테 보여주거나 설명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분명히 아는 건데도 어버버 하면서 말이 제대로 안나오게 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한 후 부터 부랴부랴 알고리즘 공부도 하고 원하는 직군의 기술들에 대해 공부를 한다. 그런데 또 그게 잘 될리가 없다. 왜냐하면 갑자기 안하려던 걸 하니까 힘들고, 실무 하기 전에 공부할 때도 그런 레벨로 공부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레벨로 공부를 해보지 않았다는게 무슨 의미냐 하면 따라하기식 강의나 그저 그런 스터디모임에서 뭐 하나 제대로 끝내보지 못한 채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조금 "따라" 해 본게 전부인데, 면접 질문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기술적 수준에 대한 것이나 그 해결 방법, 또는 왜 이런 기술과 방법을 썼는지와 같은 걸 물어보기 때문에 그런 걸 공부해 보지 않았으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공부해 봤다고 하더라도 블로그 같은 곳에 잘 정리를 해 놓거나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발표 혹은 스터디 모임 주도 정도를 해보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 된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결정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현실과의 타협이다. "나 정도면 이 회사에서 더 잘할 수 있어", "여기 말고 다른데 가도 크게 달라질까?", "당장 다음달 까지 마감 프로젝트 있는데, 그거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자" 이런 식의 타협은 현재 다니는 회사에 안주하게 되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이직 타이밍은 미뤄진다. 더 웃긴건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연차가 차면 시니어급 레벨로 인정해 주고 manager 노릇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데, 여태까지 시키는 일만 한 채로 몇 년을 지내왔을 뿐이라 그런 능력이 또 갑자기 생길리가 없다. 아마 처음 드는 생각은 이럴 것이다. "아니 나도 잘 모르는데 누굴 알려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때 쯤 다들 힘들어한다. 그런다고 해서 회사에서 연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그 시점에서 내가 몇 년차 개발자라는 걸 어필해도 먹힐리가 없다. "몇 년 동안 했는데 그거 밖에 안되냐?" 라는 말로 공격 당하면 서러움이 눈 밑과 목구멍까지 울컥하고 올라오게 된다.

그러면 개발 실력이라는 건 회사에서 하는 일 아니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다음 편에서 얘기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