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11, 2018

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3) - 대학 입학 부터 군 입대 전까지

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1) - 초등학교 시절
프로그래머가 되기 까지의 회고 (2) - 중고등학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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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프로그래밍 하는 법을 기억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뭔가 해본 게 없는 체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진로 탐색을 하다 보니 컴퓨터공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게임 잡지나 컴퓨터 잡지를 둘러 봐도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컴퓨터공학과를 나와야 한다는 얘기를 접하다 보니 수능 점수에 맞춰서 컴퓨터공학과가 있는 대학으로 알아보고 진학하게 됐다.

사실은 프로그래밍 하는 거에는 크게 흥미가 있진 않았다. 초등학교때 학원 다니면서 배웠던 걸로 화면에 그림 그리고 적절한 로직을 짜면 되는 거 정도는 해봤기에 그런 것도 있었다. 사실 BASIC에서 짰던 허접한 게임 보다는 중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했던 화려한 그래픽의 컴퓨터 게임들을 실제로 만들 줄 아는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서 대학 진학을 한게 가장 큰 이유였다.

여러 학교에 지원했는데 최종적으로 한성대학교에 합격하게 됐고, 아빠 엄마도 나한테 과외 시켜준 적 한번 없고 학원도 제대로 보내주지도 못했는데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하니 좋아하셨던 것 같다. 난 이때 한성대학교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지만 학교 보다는 뭘 배우러 가냐를 더 비중을 뒀기에 학교 간판에 대해서는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좋은 학교를 먼저 선택한 후에 아무 과나 들어가는 친구들과 나는 목적의식이 다르고 내가 선택한 길이 옳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실 수능 점수로만 따져서 갔다고 했을 때는 조금 더 좋은 학교에 갈 수도 있었다. 입학 후에도 동기들끼리 수능 점수 얘기할 때도 내가 과에서 수능 점수로만 Top5 안에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때는 대학부심, 과부심 이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조금 더 좋은 대학에 진학 못한게 아쉽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좋은 대학을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고,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나고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지금 다시 회고해 봐도 쓸데없는 생각이었다고 본다.

컴퓨터 공학과 라는 곳에 입학을 하다 보니 입학 전에 새 컴퓨터를 장만해야 공부할 수 있다고 엄마한테 얘기했다. 사실 중학교때 쓰던 286 PC는 초등학교 때 컴퓨터학원 다녔을 때 배운거 써먹고 공부하라고 사준 거였다면, 이번에 사준 컴퓨터는 정말로 대학에서 공부하는데 필요한 거라 목적성이 있어 얻게 된 컴퓨터였다. 6년간 잘 써왔던 286 PC에서 그 당시 인기 있던 586 PC로 업그레이드를 했고, 바로 그 PC에서 돌렸던 게임이 286 PC에서 돌렸던 것 보다 너무 잘 돌아서 좋았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대학에 가서 컴퓨터 공학과에서 배우는 과목들을 보니, 프로그래밍 수업은 C언어 배우는거 하나 정도였고 나머지는 다 이론적인 거나 수학 관련된 과목들이었다. 논리 회로, 공업 수학, Unix 시스템 이해, 선형 대수 등등의 과목이 있었는데, 수학은 고등학교때 잘 배웠던거 복습 반, 새롭게 배우는거 반 이정도였고 Unix라는 것도 처음 봐서 그때 까지 쓰던 DOS의 명령어들과 다른 것에 흥미가 있기도 했다.

<Unix console window 화면, 지금은 이런 화면으로 컴퓨터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내가 처음에 BASIC으로 프로그래밍 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화면으로만 썼었다. 지금도 Windows power shell로 unix나 linux system에 ssh로 접속하면 콘솔 화면으로 신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문서 편집, 프로그래밍, 심지어 웹 브라우징 까지 모두 cmd로 가능하다!
출처: Unix wikipedia>

난 솔직히 같이 입학한 친구들 중에 프로그래밍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온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그러니까 나는 컴퓨터공학과에서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거 쯤은 알고 들어왔는데 동기들 중에는 컴퓨터 활용하는 법을 배우러 오는 곳이라고 잘못 이해한 친구도 있었고, 컴퓨터 타자 연습하는거 좋아해서 온 친구, 컴퓨터 조립하는 걸 좋아해서 들어온 친구, 컴퓨터라는 물건을 알고 있긴 했지만 한번도 써본 적도 없는 친구 등등 다양했다. 내가 그나마 조금 나은 케이스였던 것 같다고 그 당시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역시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C언어 얘기를 해보면, 수업 시간에 코딩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는 실습을 하는데 그걸 따라가는 친구들이 몇 안됐었다. BASIC 아는 친구는 좀 있었는데, C는 나도 처음이었고 거의 대부분 C는 모른체 그렇게 수업을 들었다. 나도 변수, 반복문, 배열 까지는 BASIC과 큰 차이는 없어 보여 곧잘 따라하고 옆 자리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뭐 대단한거 했다고 자랑까지 했는지 조금은 부끄럽다.

게다가 C언어 말고 컴퓨터 쓰는 법 자체를 모르는 친구들이 꽤 되다 보니 그런 것도 옆에서 알려주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DOS와 Unix나 명령어는 다르지만 하려고 하는 목적은 같기에 교수님이 알려준 명령어를 잊지 않고 잘 기억했다가 실습시간만 되면 이것 저것 해보는게 재밌었고, 교수님이 뒤에서 지켜보다가 Unix 명령어를 막 쳐가면서 코딩도 하고 이것 저것 하는 모습을 보더니 눈썰미가 있는 학생이라면서 칭찬을 들었던 기억도 있다.

<Unix 실습 시간 외에는 Dos 환경에서 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은 Turbo C를 띄워서 했었다. 지금이야 워낙 IDE가 잘 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프로그래밍을 하고 배울 수 있다.
출처: turbo-c.soft32.com>

하지만 자랑질은 거기까지였고 역시나 포인터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들어가면서 부터 그 후에 어떻게 코딩했는지 잘 모를 정도로 공부 안하고 포기했던 것 같다.

지금 대학생들은 안그러겠지만 나 때만 해도 공부하는데 집중한 친구들 보다는 놀고, 술마시고, 연애하는 걸로 입시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들이 많던 때였다. 나도 동아리 활동도 하고 과 친구들과 어울리고 하면서 술도 많이 마시고 많이 놀았었다. 얼마나 놀고 공부를 안했는지 학점 관리가 제대로 안될 지경이었고 F 학점도 있었다.

다시 기억해 봐도 대학 입학하고 첫 해에는 공부를 제대로 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기억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안다고 잘난척 한거 정도다. 결정적으로 그해 말 IMF 사태가 일어나면서 회사들이 줄줄이 부도 파산이 나고, 이제 회사 입사하려는 대학 졸업생 부터 20대 모든 남자들이 IMF 외환위기를 피해 모두 군대에 몰려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