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27, 2014

면접에 대한 이야기 (8)

8. 작지만 자유로운 회사 (Final)

이제 면접 이야기는 이게 마지막이다.

7번 면접 이야기와 조금은 겹치는 부분이 있었지만
따로 더 얘기해 보자면

5월 쯤 되서 욕심을 버리고 내가 찾아가야 할 자리로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힘이 들더라도 중간 관리자 겸 개발도 가능한 위치를 찾으려 했었다.
SI 성 급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서 연락 왔던 걸 제외하면
7, 8번 회사가 최종 회사라 생각했다.

회사는 판교에 있었다.
소기업 및 벤처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어떤 건물이었는데 5층 복도 맨 끝이었다.

면접 보러 갈 때 생각났던 건
- 7번 회사에서 연락 와서 채용하려고 하니 본인 의사가 어떤지에 대한 전화가 왔다는 것.
- 회사 건물에 빵집, 커피숍, 음식점 등등 좋은 환경이구나 한 생각.
- 회사 들어가려고 하는데 여직원 네명이 갑자기 나와서 뭐라뭐라 하고 지나갔는데, 조그만 회사에 여직원이 많구나 한 점.
- 회사 들어가서 면접 보러 왔다고 했는데, 무려 오후 2시에 LOL을 하고 있는 직원과 그걸 지켜보던 직원이 있었다는 점.
이 정도다.

면접은
내가 여태까지 봤던 어느 면접보다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하며 가장 만족스러운 면접을 진행했던 것 같다.
여러 면접관 없이 이사님 한 분과 면접을 진행했는데
사실상 기술 면접은 통과된 것이나 다름 없었고, 임원 면접의 성격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 본 자리에서 바로 채용 제의가 들어와 승락했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던 점들을 얘기해 보자면
첫번째는, 면접 시에 나의 경력에 대해 아주 흥미로워 했다.
아주 많은 WPF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했다는 것과 웹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했다는 걸 마음에 들어 했고,
특히 윈도우 개발과 웹 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이라는 점에서 어느 걸 더 잘 하느냐에 대한 확인만 했을 뿐 면접 시 나오는 뻔한 질문인 당신의 능력을 읊어 주세요가 아닌 면접을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나도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는 이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 했다는 점이다.
여태까지의 면접은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는 물어봐야 알려주거나 정해진게 없었는데 면접시 내가 해야 할 일이 정확했다.
회사에 기술 개발 연구원들은 있는데 정작 UI 개발자는 신입들 뿐이라 UI 관련 개발에 대한 팀장급 역할을 하고 신입 개발자들을 가르쳐 주면서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 역할과 위치를 알아내는게 면접 볼 때 중요한 질문 중에 하나였는데, 나는 마지막 면접때가 되어서야 이걸 알게 된 것 같다.

세번째는 이 면접에 있어서 우연하게도 들어맞은 점이었는데
WPF를 사용한 윈도우 개발은 사실 개발 능력은 있었지만 도메인 지식은 금융 쪽이라 절반의 역할만 할 수 있다고 봤는데
웹 개발 쪽은 내가 전 회사에서도 진행하다가 온 네트워크 관련 쪽이어서 그쪽 솔루션 개발을 웹으로 했었다고 하니 더 마음에 들어 했었다.

윈도우는 개발 능력은 있고 도메인 지식은 없지만, 웹은 개발 능력도 있고 도메인 지식도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여서 맞춤형 인력을 면접을 봤다고 해서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었다.
사실 나도 우연 치고는 나의 능력에 대해 조금 더 어필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였다는 건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신입 직원들 가르쳐 주면서 일 진행했던 게 한두번이 아니어서 신입 직원들 가르쳐 주면서 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그 점도 마음에 들어 했다.

어떤 얘기를 해도 척하면 딱 이런 수준의 얘기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나도 너무 오버해서 얘기하지 않아도 원하는 수준을 알 수 있어서 아주 즐거운 면접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위의 얘기는 거의 20분도 안되서 끝이 났었고, 마지막으로 연봉 얘기를 꺼냈을 때도 아주 시원하게 얘기를 끝낼 수 있었다.
면접을 진행한 이사님 께서 전 직장의 연봉 수준이 어느정도였냐고 해서 솔직하게 얘기하고 희망 연봉도 얘기했는데,
그거보다 더 많은 액수를 줄 수 있다고 얘기해서 속으로는 무척이나 놀랐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진행한 어느 면접에서도 희망연봉보다 더 높은 연봉을 회사쪽에서 먼저 제시한 면접을 진행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암튼 제시해준 연봉으로 생각하겠다고 했고 면접을 끝냈다.
이사님 본인은 채용할거라고 했고 연봉 부분만 사장님하고 얘기해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여의도에서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로 출퇴근 하는게 더 좋지 않겠냐고 해서 나야 그렇다고 했다. 여의도 출퇴근이면 출근 시간이 30분도 안걸리니까.
그러고 나와서 시계를 보니 총 면접을 진행한 시간이 30분도 안걸렸다.

그리고 이틀 후 채용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고 바로 다음주 월요일 출근 가능하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고 지금 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나의 면접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생각해 보면 면접관이나 면접자나 서로 힘들어하지 않고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얘기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상황이나 면접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것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썼던 이유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썼다기 보단
내 스스로의 어떤 느낌을 기록하고자 한 글이다.
나중에 한번 보면 그 때 면접이 그랬었지 하며 추억할 수 있을 정도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