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4, 2016

스타벅스에서 만난 C++ 과제하던 학부생들 이야기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일찍 퇴근해서 스타벅스 숭실대점에 간다.
이유는 아내가 숭실대에서 아래 링크의 강의를 듣는데 기다렸다가 집에 같이 가기 위해서이다.
http://sll.seoul.go.kr/lms/simin_course/courseRequest/doDetailInfo.dunet?course_id=ASP00001S1001201652024&class_no=01&course_gubun=0&simin_yn=U

끝나고 나면 대학가 근처니까 싸고 좋은 음식점에서 저녁도 같이 먹고 집에 가는 소소한 일정 중에
때는 2016년 11월 21일에 발생한 일을 기록한 것이다.

<스타벅스 숭실대점 2층의 모습>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까페 아메리카노 tall 사이즈를 시켜서 모바일 게임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옆 자리와 옆옆자리의 여학생 둘이서 들으면 알 것 같은 C++ 언어 얘기, 뭔가 잘 몰라서 안풀리는 얘기, 교수님 욕 하는 얘기, C++은 잘 모르겠는데 C언어가 좋다는 등의 얘기를 아주 크게 떠들고 있었다.
대충 느낌이 과제를 해야 하는데 공부는 안했고, 제출 기한은 임박한 평범한 학부생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20분 동안 도와줄까 말까를 고민했다.
왜 그런가 하면 못해도 15년 이상 차이나는 학생들에게 괜한 오지랖이 아닐까 하는 것과 도와준다 한들 프로그래밍이라는게 본인이 생각해서 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14학번이라고 했으니... 대략 17년 차이다)

그래도 큰 마음을 먹고 말을 걸었다.
"저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데... 아는 얘기가 계속 들리는데 너무 크게 떠들어서요..."
로 말을 건넸는데
의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누군가 자기들을 도와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는지
"도움을 주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쓰던 노트북PC를 내 자리에 가져와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둘 중에 한 명 한테 설명하는 중에 다른 한 명이 스타벅스에서 파는 고급 과자와 견과류를 사가지고 와서 감사의 표시로 주기도 했다.

어쨌든 학부생들 과제야 거기서 거기니까 내용을 보자 했는데...
구현해야 하는 내용이 매우 디테일 했고 항목마다 점수도 매겨져 있는데 그 양이 hwp 파일로 3페이지나 됐다.
그래서 하나 하나 짚어 가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다.
과제 내용이 상당히 디테일해서 찾아보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이건 내 기준에서 그런 거고
학부생들 기준에서는 아주 어려운 거겠지, 어려운 걸꺼야, 공부를 안해서 그런걸꺼야... 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나도 C++ 처음 배울 때 후배들꺼 소스 코드 달라고 해서 베껴서 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 학생들을 탓할 것도 아니긴 했다.

신나게 설명하던 중에 아내와 만날 시간이 되서 마저 설명해주지는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메일 주소를 남겨 두고 나오긴 했지만
이날 뜻밖에 개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점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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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시점에 아직 메일이 안 온걸 봐서는 좋게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제를 내가 조언한걸 참고해서 잘 했던가.
아니면 아직 못했지만 어떻게든 내 도움 없이 해결하려고 하고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