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보안 관련 외국계 대기업 회사
이제 조금 급할 때도 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안정적이고 큰 회사로 가고 싶은 욕망 만큼은 아직 꺾이지 않은 시기였다.
광탈 연락을 받자마자 다시 job search에 들어갔는데 괜찮은 job을 발견했다.
우선 job description이 맞긴 맞았는데, 회사가 좀 먼데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인천 송도.
거기에 뭔가 회사가 많이 유치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거기까지 출퇴근 하기에는 무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예전에 인천-서울로 출퇴근 하는 거리를 체감해 봤던 터라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일단 job description에 대한 게 상당히 맞았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올린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했고 빠른 시간에 contact 할 수 있었다.
담당자와 얘기해봤을 때는 이 회사와 상당히 연관이 있는 것으로도 판단이 되고
거기 팀장과도 아는 사이라고 주장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리고 여기 헤드헌터 회사 이외에는 job description이 올라온 곳은 없었기 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특이한 점은 자기들은 사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직접 회사로 와서 방문하여 얘기를 나눠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껏 여러 헤드헌터들을 겪어 봤지만 직접 만나야 한다는 조건을 건 헤드헌터는 처음이었기에 신선하기도 했고, 위치도 마포 쪽이어서 가깝기도 했기에 선뜻 응했다.
마포의 조그만 오피스텔에 헤드헌터 회사인데,
실제 담당 헤드헌터와 얘기 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이력서 수정만 조금 잘 하면 될 거라고 했고 연봉도 자기들이 생각한 수준으로 얘기하면 될 거라고 해서 연봉도 정해줬다.
뭐 마지막 연봉보다야 높은 편이라 큰 불만 없이 받아들였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하였으나...
그 회사 쪽에서 나 외에 대리급 개발자 한명 더 필요한데 이왕이면 같이 일해서 호흡을 맞춰 본 사람이면 좋겠다고 해서 다른 건 대충 얘기했는데 이 부분을 너무 강조해서 얘기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재직중이라 얘기하기도 껄끄럽고 어쨌든 안된다는 생각으로 찾아는 보겠다고 영혼없는 대답을 해 줬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는 외국계 회사다 보니 추천서를 받아와야 하는데, 전 직장에 아시는 분에게 부탁해 보라고 해서 뜻하지 않게 전 직장에 가야 할 상황이 왔다.
솔직히 전 직장은 가기 싫었다. 아직까지 부장님에 대한 불만의 앙금이 남아 있던 터라 전전 직장의 부장님을 찾아 갔고 오랜만에 또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추천서는 귀찮았는지 포맷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던져 줘서 내가 대충 맞춰서 쓰면 될 것 같았고, 사람은 진짜 타이밍 좋게도 같이 일했던 개발자가 곧 퇴직한다 해서 그 친구를 추천해 봐야 겠다 생각했다.
집에 오는 길에 집에서 놀고 있는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내가 헤드헌터 통해 구직중인데 같은 직장에 지원해 보라는 얘기가 있으니 한번 같이 해보자 해서 그 친구도 이력서를 제출해서 같이 지원했다.
그렇게 별 문제 없이 이력서 지원을 했는데 생각보다 면접 연락이 오지 않았다. 서류 심사는 통과된 것 같은데 조금 더 기다려 보라고 한지 2주째.
드디어 면접의 날이 왔고 송도까지 머나먼 여행을 한 끝에 면접을 진행했다.
안내 데스크 옆에 넓은 대기실도 있었고 음료도 마실 수 있고 잡지, 신문 등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었다. 드디어 내 면접 차례가 왔는데, 책상 위에 둔 면접 대상자 리스트를 곁눈질로 보게 되었다. 총 5명이었고 내가 마지막이었는데, 같이 지원했던 그 친구 이름은 보이지 않아서,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구나 생각했다.
면접은 생각보다 대충 보진 않았다. 중요한 기술적인 질문 몇 개를 했고 나름 잘 대답하긴 했으나, 면접 보고 나서 항상 드는 생각은 더 좋은 대답과 내가 알고 있는 대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잘 못했다는 점 그게 아쉬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C#의 메모리 해제 문제 (Weak reference)도 그랬고, UI 쪽 뿐 아니라 실제 설계하고 본인이 만들고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그런 부분에 대한 질문에도 분명 형식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도 면접관들은 내가 능력이 없어서 못한 것 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 결국 본인이 해결한 건 없다는 뜻이네요. 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어쨌든 면접이 끝나고 나서 안될 것 같다 라는 걸 조금은 직감했다.
내가 분명 좋은 대답을 못한 것도 있지만, 이 회사에서 내가 필요로 하진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조금 더 강했던 것 같다.
면접 진행시에 면접관 한 명이 그냥 아무말 없이 나갔던 것도 그렇고, 그렇게 시계를 봐 가면서 짧게 끝낸 것도 그렇고... 느낌상 난 마지막에 헤드헌터가 억지로 끼워 넣어서 면접 진행했던 한 명이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
실제로 며칠 후에 결과도 그래서 크게 아쉽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 보다 더 아쉬웠던 건 도대체 어떤 개발자를 뽑아서 일을 시키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 최근까지 job search 했을 때도 이 회사는 사람을 뽑고 있었다. (적어도 올해 6월 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해서 3월도 결국 이 회사 지원하기 위해서 썼던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쉽거나 그러지 않았다. 다음 회사 면접 진행을 위해 또 준비하면 되겠지 였고, 실제로 진행했으니까.
3월 말.
뜻하지 않게 전전 직장의 정말 개발 잘 하고 친했던 형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에서 구직한다는 걸 전해 들었는데 나를 포함하여 몇몇 개발자들에게 지원해 보라 했다.
내가 보기엔 그 형이 지원하는게 더 확실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 그 형은 지금 회사에 눈치 보인다고 해서 거절했고, 내게 지원해 보라고 해서 또 쉴틈 없이 다음 면접을 위해 시간을 보내게 되는 스토리가 6번 얘기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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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간 될 때 마다 면접 관련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계와 게으름 때문에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4월 얘기면 벌써 3달전 얘긴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여 빠른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