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30, 2014

면접에 대한 이야기 (5)

5. 보안 관련 외국계 대기업 회사

이제 조금 급할 때도 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안정적이고 큰 회사로 가고 싶은 욕망 만큼은 아직 꺾이지 않은 시기였다.

광탈 연락을 받자마자 다시 job search에 들어갔는데 괜찮은 job을 발견했다.

우선 job description이 맞긴 맞았는데, 회사가 좀 먼데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인천 송도.

거기에 뭔가 회사가 많이 유치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거기까지 출퇴근 하기에는 무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예전에 인천-서울로 출퇴근 하는 거리를 체감해 봤던 터라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일단 job description에 대한 게 상당히 맞았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올린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했고 빠른 시간에 contact 할 수 있었다.

담당자와 얘기해봤을 때는 이 회사와 상당히 연관이 있는 것으로도 판단이 되고
거기 팀장과도 아는 사이라고 주장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리고 여기 헤드헌터 회사 이외에는 job description이 올라온 곳은 없었기 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특이한 점은 자기들은 사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직접 회사로 와서 방문하여 얘기를 나눠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껏 여러 헤드헌터들을 겪어 봤지만 직접 만나야 한다는 조건을 건 헤드헌터는 처음이었기에 신선하기도 했고, 위치도 마포 쪽이어서 가깝기도 했기에 선뜻 응했다.

마포의 조그만 오피스텔에 헤드헌터 회사인데,
실제 담당 헤드헌터와 얘기 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이력서 수정만 조금 잘 하면 될 거라고 했고 연봉도 자기들이 생각한 수준으로 얘기하면 될 거라고 해서 연봉도 정해줬다.
뭐 마지막 연봉보다야 높은 편이라 큰 불만 없이 받아들였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하였으나...

그 회사 쪽에서 나 외에 대리급 개발자 한명 더 필요한데 이왕이면 같이 일해서 호흡을 맞춰 본 사람이면 좋겠다고 해서 다른 건 대충 얘기했는데 이 부분을 너무 강조해서 얘기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재직중이라 얘기하기도 껄끄럽고 어쨌든 안된다는 생각으로 찾아는 보겠다고 영혼없는 대답을 해 줬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는 외국계 회사다 보니 추천서를 받아와야 하는데, 전 직장에 아시는 분에게 부탁해 보라고 해서 뜻하지 않게 전 직장에 가야 할 상황이 왔다.
솔직히 전 직장은 가기 싫었다. 아직까지 부장님에 대한 불만의 앙금이 남아 있던 터라 전전 직장의 부장님을 찾아 갔고 오랜만에 또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추천서는 귀찮았는지 포맷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던져 줘서 내가 대충 맞춰서 쓰면 될 것 같았고, 사람은 진짜 타이밍 좋게도 같이 일했던 개발자가 곧 퇴직한다 해서 그 친구를 추천해 봐야 겠다 생각했다.

집에 오는 길에 집에서 놀고 있는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내가 헤드헌터 통해 구직중인데 같은 직장에 지원해 보라는 얘기가 있으니 한번 같이 해보자 해서 그 친구도 이력서를 제출해서 같이 지원했다.

그렇게 별 문제 없이 이력서 지원을 했는데 생각보다 면접 연락이 오지 않았다. 서류 심사는 통과된 것 같은데 조금 더 기다려 보라고 한지 2주째.
드디어 면접의 날이 왔고 송도까지 머나먼 여행을 한 끝에 면접을 진행했다.

안내 데스크 옆에 넓은 대기실도 있었고 음료도 마실 수 있고 잡지, 신문 등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었다. 드디어 내 면접 차례가 왔는데, 책상 위에 둔 면접 대상자 리스트를 곁눈질로 보게 되었다. 총 5명이었고 내가 마지막이었는데, 같이 지원했던 그 친구 이름은 보이지 않아서,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구나 생각했다.

면접은 생각보다 대충 보진 않았다. 중요한 기술적인 질문 몇 개를 했고 나름 잘 대답하긴 했으나, 면접 보고 나서 항상 드는 생각은 더 좋은 대답과 내가 알고 있는 대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잘 못했다는 점 그게 아쉬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C#의 메모리 해제 문제 (Weak reference)도 그랬고, UI 쪽 뿐 아니라 실제 설계하고 본인이 만들고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그런 부분에 대한 질문에도 분명 형식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도 면접관들은 내가 능력이 없어서 못한 것 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 결국 본인이 해결한 건 없다는 뜻이네요. 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어쨌든 면접이 끝나고 나서 안될 것 같다 라는 걸 조금은 직감했다.
내가 분명 좋은 대답을 못한 것도 있지만, 이 회사에서 내가 필요로 하진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조금 더 강했던 것 같다.
면접 진행시에 면접관 한 명이 그냥 아무말 없이 나갔던 것도 그렇고, 그렇게 시계를 봐 가면서 짧게 끝낸 것도 그렇고... 느낌상 난 마지막에 헤드헌터가 억지로 끼워 넣어서 면접 진행했던 한 명이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

실제로 며칠 후에 결과도 그래서 크게 아쉽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 보다 더 아쉬웠던 건 도대체 어떤 개발자를 뽑아서 일을 시키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 최근까지 job search 했을 때도 이 회사는 사람을 뽑고 있었다. (적어도 올해 6월 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해서 3월도 결국 이 회사 지원하기 위해서 썼던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쉽거나 그러지 않았다. 다음 회사 면접 진행을 위해 또 준비하면 되겠지 였고, 실제로 진행했으니까.

3월 말.
뜻하지 않게 전전 직장의 정말 개발 잘 하고 친했던 형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에서 구직한다는 걸 전해 들었는데 나를 포함하여 몇몇 개발자들에게 지원해 보라 했다.
내가 보기엔 그 형이 지원하는게 더 확실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 그 형은 지금 회사에 눈치 보인다고 해서 거절했고, 내게 지원해 보라고 해서 또 쉴틈 없이 다음 면접을 위해 시간을 보내게 되는 스토리가 6번 얘기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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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간 될 때 마다 면접 관련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계와 게으름 때문에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4월 얘기면 벌써 3달전 얘긴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여 빠른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까 한다.

2 comments:

  1. 송도면 혹시 G사 아닌가요?
    보통 헤드헌터들이 잘하는게 뭐냐면 추천서를 적어서 자기한테 달라고 하는거거든요.
    그러면 저는 절대 헤드헌터한테는 줄 수 없다고 해요.

    보통 외국의 회사한테도 추천서를 받는 것은 거의 1-2차 면접을 받고나서 진행합니다. 그리고 하더라도 회사로 직접보내지 헤드헌터한테는 안보내요.

    이유는 자기네들 영업망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통로거든요.
    어느회사에서 어떤 개발자들이 일할 수 있는지는 이력서 보면 알게 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력리스트를 추처나려면 결국 컨택트 포인트가 필요한데 그걸 얻기 위해서 전 직장 레퍼런스를 받아달라고 하거나 하죠.

    아무튼 뭐 아닐수도 있지만 그런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구요.

    면접후기를 보니 정말 면접보는 사람이 갑이네요. 말투도 그렇고.
    보통 지원자도 회사를 면접을 보는 것이고 회사도 지원자를 면접보는 것이고
    그럼 더욱더 공손할 수 없나라는 생각이 조금 들어요.

    제가 영국에서 인터뷰 볼때는 정말 면접보는 태도가 이렇게 해야 되는 거구나 라고 느낀것이 자기소개해보세요를 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자세히 소개를 하는게 맞죠. 어떤일을 하고 있고,, 그리고 상대방에게 묻는게 예의겠죠.

    여튼 뭐,,, 면접문화도 이상한 알고리즘만 가져다가 폼나 보이게 하는 것보다 이런 태도들을 조금 개선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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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사는 아니고 보안 쪽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외국계 회사에서의 면접 경험이 없다 보니... 추천서 쪽에서는 말씀해 주신 대로 헤드헌터의 영업망 넓히기에 협조해준 꼴이 됐네요. 그래도 추천서 써주신 부장님께 따로 관련된 연락이 없었던 걸 봐서는 헤드헌터가 연락은 안했던 모양입니다.

      회사 규모, 개발팀 분위기 , 면접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규모가 크고 좋은 회사일 수록 면접시에 갑질을 하는 경향이 짙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말 싫었던게 이력서를 봤는지 안봤는지 알 수 없는 첫 대면 질문인 자기소개 해보세요 였습니다. 경력 면접에 면접자 여러명 앉혀 놓고 면접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1년에 한두번 짧은 기간에 수십수백명 면접을 봐야 하는 신입 공채 면접이라면 모를까, 그런 질문은 왜 하는지...휴.

      면접관 태도만 보면 그 회사의 분위기나 그 팀의 분위기 까지 알 수 있을 정도니 이런 문화가 좀 개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여튼 계속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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