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14, 2014

면접에 대한 이야기 (6)

6. 국내 대기업 모바일 서비스 회사

이제 눈 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서 여기까지 달려오게 됐다.
여기까지가 눈 높이 구직 활동의 마지막이라 보면 된다.

시작은 이렇다.
마지막 면접 전, 전전 회사의 아는 형이 문득 카톡으로 전체 메시지를 보내왔다.
같이 일했던 개발자 몇 명을 추가해서 MS에서 구직 추천을 해줬는데 여기 지원해 볼 사람은 지원해 보라고 한 것이었다.

요구 조건은 Window Application 개발 경력 10년
거기에 Windows Phone 8, Silverlight, WPF, ASP.NET 등등
Window 플랫폼 개발만 쭉 판 개발자를 찾는 무시무시한 구직이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조건에 맞는 사람이 그 형과 나 둘 뿐이었고
난 형도 지원하는 거냐 물어봤지만 고민 중이라고만 했다. (결국 지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지원해 보겠다고 해서 지원을 하게 됐다.

이곳 역시 판교에 위치에 있는 회사였고
MS의 한 담당 부장님을 통해 지원해 놓고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왔다.
2년 전에 우리 회사에 한번 지원한 경력 있지 않냐고.
오 내가 2년 전에 지원했던 것 까지 DB에 저장해 뒀구나 하고 놀랐지만
채용 부서가 달랐기에 인사팀에서만 알 뿐 그냥 그렇다라고만 얘기했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결국 3주 정도 기다린 끝에 면접 제의 연락이 왔고
면접 날 판교로 향했다.

면접의 결과는
나의 무지함의 끝을 볼 수 있었던 매우 부끄러운 면접이었고
더 이상의 변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난 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아닌 걸 스스로 알게 된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은 처음에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뭘 했는지, 본인의 장점이 뭔지에 대해 가다가
어느 순간 부터 본격적인 개발 관련된 질문과 문제를 주기 시작했다.

MVVM에 관련된 코드를 print 해 와서 보여주고 MVVM 맞냐고 물어본 건 시작에 불과했고
timer 관련된 문제 중에 틀린 곳 찾기
-> 이건 면접 끝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갈 때 생각났다. 제길.
난 정확히 오답을 얘기했고 듣고 싶었던 대답은 UI Thread 관련된 문제였다.

또 소트 알고리즘 직접 손코딩 하기 등등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 정도로 힘들었다.

물론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 문제들은 학부때 혹은 실무 시작한지 얼마 안될 때
흥미롭게 한 부분이고
지금이야 그냥 어떤 방법의 하나로 가져다 쓰는 수준인 건데
그걸 아냐 모르냐에 대한게 아니라 직접 코딩할 수 있냐 없냐 수준으로 가니까 당황한 것이다. 그것도 종이에 펜으로 써 가면서.

마치 2차 방정식이나 미분에 대해 아냐고 물어봤을 때
안다고 대답할 수 있지만
그 문제를 내고 풀어보라 했을 때 과연 제대로 풀 수 있는 지에 대한 얘기와 마찬가지다.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안 배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를 수학을 배운 지 10년이 넘는 사람에게 해보라고 하는 건 정말 그 의도로 물어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건데
이런 면접 방식은 좋을 수 있으나
정말 사람을 뽑으려 한 건지, 그냥 떠보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답을 알고 있는 지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압박 면접일 수도 있고 (당황스러운 문제를 내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정말 과정이 올바른가를 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정말 그런 거라면 면접을 제대로 한 것이고
개발을 제대로 할 줄 아는 개발자를 걸러내는 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난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개발자였던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날 면접의 충격 이후
난 조금 더 내 스스로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소한 코드들이라도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가져오던가 만들던가 한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신입에게도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늘 가르친다.

말이 많았지만
어쨌든 난 제대로 문제를 풀어낼 수 없었고
거의 자괴감 같은 게 들 정도로 며칠 동안 힘이 없는 상태로 지냈다.

만약 내가 제대로 대답해서 이 회사를 들어갔다면 좋았을 수도 있다.
연봉도 높았을테고, 환경도 좋았을 테고...

그런데 지금 다니는 회사 분위기와 개발 환경 나의 위치 등을 생각해 봤을 때
과연 지금 보다 더 좋았을까?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르겠다.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아니오로 대답할 확률이 더 클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이걸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게 안정적인 회사 높은 연봉 정말 이것만 생각했지
나의 실력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나의 위치 및 경험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
그냥 내 경력이 이 정도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이렇게만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작전을 바꿨다.
내가 확실한 위치를 잡고 내 능력을 보여주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의 방향으로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야 겠다고.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날짜를 보니 5월이 되었다.
지난 한 달 간 지내온 시간이 헛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다시 내 자신을 돌이켜 볼 좋은 경험을 해 준
판교의 K사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