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27, 2018

정보처리기사 후기

뜬금 없이 정보처리기사라니 하겠지만 그 동안의 히스토리를 쭉 정리해보려고 한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여태까지 취득하지 않은 이유


대학 다닐 때 졸업을 위해 학교에서 제시한 선택지가 3개가 있었는데

  • 설계프로젝트 과목 B학점 이상 이수
  •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취득
  • 논문
이렇게 였는데, 논문은 거의 대부분 하지 않았고 설계프로젝트 과목을 이수하거나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거나 했다.
사실 부지런한 친구들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공부도 하고 설계프로젝트 과목도 이수하고 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난 자격증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공부하지는 않았고 나중에 공무원할때 가산점 주니까 그때 해도 늦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따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14년 간 하면서 자격증을 딸 이유도 없었고, 그게 있다고 해서 나한테 크게 이득이 되는 일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려고 마음 먹은 계기


그렇게 작년까지 일을 열심히 했다가 회사 대표님과 프로젝트 얘기를 하던 중 이런 얘기를 들었다.

"종필님 어차피 기사 자격증 있으시니까 단가 책정할 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그때 빨리 "저 자격증 없어요" 라고 했어야 했는데, 우물쭈물 하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치게 됐고 졸지에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무 경력 13년이 있는 개발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자격증 따 놔야 하나 라는 생각을 조금 하다가 정보처리기사 시험에 대한 검색을 해 봤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대표님한테는 그냥 자격증 없다고 얘기하면 되는 거였고,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인력이야 다른 인력으로 대체해서 넣어도 되는 거였으니까.

그런데 최근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의 난이도가 급상승해서 실기 합격률이 10~20% 정도밖에 안되는 아주 어려운 시험으로 변했다는 나무위키의 글을 보고 얼마나 어렵게 바뀐거길래 합격률이 이런가 궁금해서 자격증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실제 실무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자격증인데, 이걸 공부하는게 의미가 있는 건가 알아도 볼겸 시험을 보기로 한 것이다.

나무위키에 나온 실기 합격률의 가파른 변화

정보처리기사 필기 준비


시나공 책을 사 놓고 처음부터 쭉 훑어 봤는데 학교 다니던 시절에 배운 내용이 거짓말 처럼 쭉 나열이 되어 있었고 10년이 넘는 세월에도 컴퓨터 관련 기본 지식들에는 변화가 없구나 하며 시작을 했다. 기출 문제들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으로 나와 있어서 과연 이렇게 딴 자격증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요 책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고 합격한 다음날 중고로 바로 팔아버렸다.
출처: Yes24>

내용 보고 기출문제 보고 하는 식으로 공부했는데 운영체제와 데이터 통신에서 쓸데없이 많이 외워야 하는 기술 용어들을 제외하고는 기출문제 위주로 봐도 큰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해서 한 2주 정도 공부한거 같다.

그리고 정말 평가를 이런 식으로밖에 할 수 없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알고 있는 걸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냐로 평가하는게 맞는 건데, 시험의 수준이 이정도니까 쓸모 없는 자격증이라고 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쨌뜬 필기 시험의 소감은 대학다닐때도 그랬지만 내가 잘 하고 좋아했던 분야는 소프트웨어 공학 쪽이어서 그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나머지 과목들도 과락이 안되는 수준에서 점수를 받아 합격할 수 있었다.

정보처리기사 실기 준비


실기 역시 시나공 책을 사서 쭉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했다. 하다 보니 알고리즘 푸는 건 코드에 빈칸 채우기 수준이라 따로 안봐도 될거 같았고 신기술동향에 외워야 할게 너무 많아서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실기 시험도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실제 프로그램 짜는 걸로 좀 바꾸는게 좋을 것 같고, 신기술동향 문제도 답맞추기 형태가 아니라 이런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뭘 의미하는 건지에 대해 서술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필기는 뭐 그렇다 쳐도 실기 시험은 그러지 않아야 하는데 실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이 자격증을 따는게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험 보는 날 문제 다 풀고 확실한 것만 점수를 매겨보니 50 점 정도밖에 안되서, 부분 점수를 받는다고 해도 60점이 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확실한 점수로만 해도 합격 점수는 아니니 좋은 경험 한 셈 치고 다음 실기 시험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지난 주 금요일인 5월 25일이 합격자 발표일이었는데 합격됐다고 문자가 왔다. 이게 뭔일이지? 하고 사이트 가서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높은 점수인 69점을 받았다고 되어 있었다.

나무 위키에 다시 확인해 보니 내가 봤던 2018년 1차 시험은 갑자기 난이도 하락해서 합격률이 53.8% 라고 하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 난 합격의 의의보다는 이런 자격증 따는데 난이도가 왜 이따위인지 그리고 이 자격증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게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 거였기 때문이다.

결론


이 자격증이 정말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방법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블로그를 본 사람 중에 "너는 실무 경력이 10년이 넘었고 전공도 컴퓨터공학이니 자격증 시험 보는게 쉬운거 아니냐?" 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실무에서 일을 잘 하는 것과 자격증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사실 자격증이 없어도 개발일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런데도 공공 프로젝트에서 노임 단가를 책정할 때는 어김없이 자격증 취득 여부에 따라 초급인지 아닌지가 결정이 된다. 우스개소리로 빌게이츠가 한국에 와서 공공프로젝트 단가를 받으면 초급 단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제와서 자격증을 땄고, 이제 공공 프로젝트에 노임 단가에서 특급기술자 단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내 개발능력이 특별히 갑자기 상승한다던가, 없던 능력이 특별히 생긴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특급기술자 단가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 알려주는 것일 뿐 자격증 유무와 개발 실력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K뿅뿅 너네들은 정말 쓸데없는 자격증 가지고 단가 측정하는 짓 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단가를 측정하기 위한 노력을 좀 하길 바란다. 단, 앞장서서 나서는 짓좀 이제 그만하고, 여태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일할 청년들에게 개발을 잘 할 수 있게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정말 방해된다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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