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 2014

면접에 대한 이야기 (2)

2. 중견 헬스케어회사 면접

첫 이직 시도는 그렇게 해서 없던 일이 되었지만
아직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었기에
"계속 다닌다고 할까?"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여기에서 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바로 다음 회사를 물색했다.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한 중견 헬스케어회사였는데(이니셜은 I)
특이한 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개발 스킬을 이용해 뭔가 하는 것 같은데
헬스케어 회사에서 나의 개발스킬이 필요한게 뭐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뒤로하고
우선은 지원을 해 둔 상태에서 퇴사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12월 까지였는데 남은 연차 소진을 해야 해서
아마 12월 3주차 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는 걸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전주에 외근 일정이 있었는데
그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 진행에 대한 안내 메일을 보내주고, 자사 이력서 양식이 있으니 거기에 맞게 이력서를 써 달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연락이 온게 목요일 쯤이었는데 내가 내일까지 보내준다고 했던게 실수였다.
이력서 포맷을 막상 보니 적어야 할게 꽤 많았고,
진행했던 과제에 대한 스크린샷 혹은 사이트, 프로그램까지 요구하는 칸이 있어서
우선 다음주 월요일까지 작성해서 준다고 다시 메일에 회신을 보내고
주말 시간까지 쪼개서 미친듯이 이력서를 썼다.

뭐 잡코리아나 사람인에 등록된 이력서 말고 자사 양식 이력서를 요구하는 회사가 꽤 된다.
내 기억에는 이 회사 이력서 양식이 적을 게 꽤 많았고 솔직히 귀찮았다.
그래도 중견기업이니까... 라는 생각에 성의를 다해 썼다.

다음주 월요일이 되자 마자 메일을 보내고 회신을 기다렸지만
연말 휴일이 겹쳐서 내년 (2014년)에 면접 일정을 다시 잡을테니 기다리라는 대답 뿐이었다.

뭐 회사도 그만뒀겠다. 연말 분위기좀 내면서 그렇게 2013년의 마지막을 잘 보내고
그 다음주에 첫 기술 면접을 진행헀다.
집에서 거리는 좀 되는 편이었는데, 예전에 인천에서 다닐 때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고 해서 결과가 좋으면 다닐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 도착 해서 면접 진행하기 전에 또 스킬셋에 대해 적는 쪽지를 줘서 그거 신나게 적고 있는데 되는 거에만 적으라고 해서 바로 그만뒀다.
빨리 좀 알려주지... 아는건 죄다 적어 내려갔는데...

면접은 내 기억엔 괜찮았었다.
쓸떼 없는 질문은 전 직장 퇴사한 이유 정도가 다였고
(사실 이거 물어보는 것도 좀 짜증나긴 하지만...)
역시나 너와 나의 최대 관심사인 연봉 문제에 대해 언급을 했다.

전 직장 연봉이 이러하니, 여기까지만 줘도 문제 없을 거라고 얘기해 줬다.
사실상 인상 없이 들어가겠다고 먼저 굽히고 들어간건데
내 연봉이 세다고 느껴졌는지 윗분들이 연봉 조정을 좀 할 것 같다는 걱정어린 눈치를 주길래 그것 까지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임원면접을 진행하겠다고 해서 전화가 왔는데 따로 메일로 전달받은 것 없이
어느 날짜에만 오라고 해서 메일 안주냐고 했더니 그런거 없단다.
그럼 몇 시에 가냐 하니 전에 왔던 시간에 오란다.

여기까지 통화를 하고 느낀 건
임원들이 직원 뽑는데 별로 관심이 없구나 하는 거였다.
그 부서의 개발자 들만 채용 의지가 있었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거기서 부터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1차 면접 때는 전에 면접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연봉 부분 빼면 거의 채용 확정이나 다름 없는 얘기를 했었기 때문에
임원 면접은 도대체 뭘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됐든 채용 프로세스의 정석대로
그 다음주에 임원 면접을 진행했다.
임원 면접을 진행하기 앞서, 영업파트에 계신 분과 약간 pre-면접 형식의 얘기를 했는데
그 분이 성격이 좀 쾌활하고 말도 시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내 인상을 상당히 좋게 평가해 줘서
그 이후에 나눴던 대화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 임원 면접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나는 너를 잘 모르니 너가 누군지 한번 읊어보렴" 하는 식으로 첫 말이 나오면
진짜 속 뒤집어 진다.
면접을 많이 봐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난 사실 이 질문이 제일 짜증난다.
저건 좀 어그로성 발언이고 실제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소개 한번 해보세요."

에휴
개인 신상 및 실제 한 일이야 이력서에 다 있는 건데 무슨 소개가 듣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얘기하는 면접관에게는 난 항상 이력서에 있는 내용 고대로 얘기해준다.
너의 질문이 쓸데없는 질문이라는걸 확인시켜주려고...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 역시 그 회사가 뭘 하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온다.
그럼 면접관도 최소한 면접보러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서류를 보고 파악해야 하는게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데
진자 이력서도 안보고 들어와서 자기소개 해보라고 하는 건 면접관의 자격이 없다고 여겨진다.
이 글 보는 면접관 중에 찔리는 사람 있으면 진짜 내가 한 말 똑바로 쳐 들으렴!.

이라곤 했지만
실제로 임원 면접이 아주 좋은 분위기 속에 잘 진행이 되었고
바로 채용 할 것 처럼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두번째 회사도 문제는 연봉이었다.
내 연봉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전직장 연봉 그대로 받겠다는게 희망연봉이었는데
며칠 뒤 뭘 더 연봉을 깎으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솔직히 200정도만 깎았어도
"에이, 그냥 갈까?" 생각이라도 해보는데
이건 뭐... 말도 안되는 연봉을 깎아 내리면서 안되겠냐고...

면접은 정말 잘 진행해 놓고
이런 식으로 비굴하게 들어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안돼! (이놈들아!)"

그래서 안됐(했)다.
너희들이 정말 원하는 인력이었으면 연봉 깎으려고도 안했겠지.
구걸하는 모양새를 봐선 필요한 인력이라는 건 확실한거 같은데
왜 돈을 안주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쿨하게 다른 인력 찾아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의미 없는 한달을 보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한 일이라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는게 함정.

세번째 면접 이야기는 다음에 시간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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