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3, 2014

면접에 대한 이야기 (3)

3. 금융 계열 대기업 회사

사실 저번 면접때 기분이 안좋아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려고 할 때 쯤 이틀도 되지 않아 또 다른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년초에 마감일이 걸려 있어서 이력서를 만들어서 지원만 해 둔 상태였는데
면접을 보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오호 이쯤 되면 면접 운은 타고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딱 맞는 타이밍이었다.

전화도 직접 오고 메일로도 안내해 주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한 후
다음주 면접일에 맞춰 갔다.

마포 어딘가에 위치한 이 회사는 놀랍게도 지하철역 출구에 나오자마자 있는 빌딩에 위치한 회사여서 출퇴근 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위치선정이 탁월한 곳이었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면접 보러 왔다고 하니 출입구 카드를 대 주고 올라가라고 했다.

그리고 안내받자마자 마음에 안든 건 회사 탕비실 같은 곳에서 기다리라고 한 점이었다.
진짜 이런 곳에서 면접자들을 대기시키다니...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그렇지.
생각해 보니 대기업일 수록 더 대우가 좋아야 하는거 아닌가?
사람들 복도로 왔다갔다 하고 물마시러, 커피마시러 사람들 들락날락 하고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옆 자리에 나와 같은 포지션으로 지원한 듯한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몇 마디 주고 받다 보니 경력이 있다 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고
특별한 경력사항도 없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었다.
면접 시간이 됐다고 해서 안내를 받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같이 면접을 보는 다대다 면접 형식이었다.

여태 경력직 면접 중 다대다 면접은 신입때 빼곤 없었기에
대기업이라 이렇게 하나 싶었지만
옆 사람과 경력으로 승부하기엔 스킬이나 년차로 보나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에
같이 면접을 봐서 뭘 얻으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너가 누군지 한번 읊어봐로 시작한 딱딱한 분위기의 면접.
뭘 했는지에 대해서 말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기계적으로 어렵지 않게 술술 말이 나왔다.
옆사람은 면접을 많이 안봤는지 약간 어리버리 한 것도 있었고
대답도 시원치 않게 하길래 긴장 많이 했나보다 생각됐다.
- 실제로도 면접관이 긴장 풀으라고 얘기도 했었으니...

나 같은 개발직은 기술면접-임원면접이 정석인데 (혹은 기술면접에서 바로 채용하던지)
특이한 점이 기술 20%, 임원 80%를 함께 진행하는 원스톱 면접이었다.
그나마 기술 20%도 형식적인 리뷰 정도.

임원이 질문하는 것도 그냥 대기업에서 하는 그저 그런 수준의 면접
- 삼국지 얘기와 게임 얘기가 있었는데 그런 질문과 대답을 듣고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 건지 알 수는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이런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것이 특별히 나쁘다곤 생각 안했기에
삼국지는 조조 좋아하고 그 이유도 얘기했고, 게임 얘기도 하려 했는데 시간 관계상 짤렸다.
게임 얘기 신나게 할 생각에 기다렸었는데 그건 좀 아쉬웠다.

또 기억나는 건 핵심적인 질문이었는데
이 회사에서 하는 사업과 관련해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물어봤었다.
평이한 수준으로 대답을 하긴 했는데, 결국 나의 기술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면접이 끝난 후에 같이 면접본 사람에게 이 얘기를 해줬다.

"여긴 개발자를 뽑으려고 하는 것 같지가 않다. 별로다."

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별 대답 없었고, 얘기가 하고 싶지 않았는지 간단히 인사만 하고 자기 갈길을 갔다.

면접 진행 후 그 주 안에 연락이 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 다른 연락이 없었다.
또 내가 직접 연락해서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지에 대해서 문의했는데
다음 주 중에 알려준다고 해서 기다렸지만
채용이 되지 않았다는 반갑지 않은 메일을 받고 끝을 내야 했다.

이 메일을 봤을 때, 정말 진짜 레알 이상한 점은
수신인이 같이 면접 봤던 그 사람(일 거라고 추측되는 메일 주소)과 내 메일 주소를 함게 적고 채용 거부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 때 면접 진행한 팀이 우리 말고 다른 팀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 봤을 때
힘들게 채용공고 올려 놓고 이력서 필터링 해서 사람 둘 데려와서 면접 진행한 다음에 둘 다 마음에 안들어서 짤라내고 다시 똑같은 짓을 반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최소한 각각 메일을 보내던가 하면 이런 생각도 안했을텐데
면접 본 사람이 둘인데 둘한테 채용 안한다는 메일을 보냈다라...

이 모든 의문의 출발점은 항상 이 질문부터로 시작된다.
대기업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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