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9, 2012

택시 이야기 (1): 진상손님 구경하기

지금은 프로젝트가 한참 진행중이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 많다.
다행이도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에게
매달 지출결의서를 올려 제출하면
택시비를 돌려주고 있어서
그나마 돈으로는 덜 억울하게 위안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이 망가지는 건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아주 늦게까지 야근을 하진 않는다.

내가 사는 집은 인천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택시 잡아타고 인천 가자고 하면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기사분이 많다.
뭐 추가 요금까지 회사에 청구하면 돈이야 돌려주지만
가끔 카드도 거부하는 기사분이 있어
현금이 없을때는 난처하기도 하다.
그래서 카드결제가 되는 콜택시를 불러 기다렸다가 타고 간다.

여태까지는 내가 택시 불러서 타고 가는 이야기이고
본편으로는 최근에 본 진상 손님들에 대한 목격담을 써볼까 한다.

<야근 후 집에 갈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다.
출처:  http://ask.nate.com/qna/view.html?n=8818181 >

이건 2주 전에 있었던 일이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던 중
도로 앞에 왠 택시가 비상등을 켜고 오래 서 있는게 보였다.
항상 그 위치에서 택시를 탔기에 차가 없는 곳으로 이동해서 콜택시를 기다려야 겠구나 하려는데
택시기사가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고 한숨을 쉬는 거였다.

자세히 보니
왠 젊은 남자가
술에 만취해서 떡이 됐는데
집에 다 온지도 모르고 누워 있는게 보였다.
- 진짜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누워 있었다.
택시기사가 몇 번을 흔들어 깨웠는데
그제서야 주섬주섬 일어나고 택시에서 내리는데
진짜 굼벵이가 따로 없을 정도로
택시에서 내리는데 한3분은 걸린 것 같았다.

문제는
이 남자가 택시비를 안 내고 그냥 가려는 것 같은 눈치가 있었다는 거다.
왠지 위태롭고 재미있는 구경인거 같아서 보고 있었는데
이 남자가 자기 몸을 더듬더니 지갑이 없는걸 이제 알게 된 것이다.
더 웃긴건 휴대폰도 없다면서 기사분한테 반말로
"내 휴대폰은?" 이러는데
이놈이 진짜 술에 제대로 취했구나 싶었다.

보니 지갑은 가방에 있었고
가방은 조수석 구석에 쳐박혀 있어서 들고 내리지도 못한 거였다.
휴대폰은 바닥에 떨어져서 뒹굴고 있어서 그것도 못챙긴 거였고...
이 놈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다시 조수석에 있는 가방을 챙겨 들고
지갑을 한번 열어 보더니 돈이 없는걸 알았나 보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해서 거기 갈테니까 까지만 들었다.
(아마 택시비를 준비하라고 한 것 같았다)

그러더니 택시기사에게 버럭 화를 낸다.
여기가 어디냐고
허허
택시기사한테 알려준 목적지까지 와 놓고는 여기가 어디냐니?
그래도 택시기사분이 정말 친절한 분이라는걸 그때 알게 됐다.
난곡사거리라고 여기 아니냐고 했더니
여기 말고 더 올라가야 한다면서 또 버럭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망할 자식!

내가 속으로 욕을 했지만
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그 친절한 택시기사분
다시 타라고 하고 그 놈을 태우고 다시 가던데
이런 모습을 보니
진상 택시기사 보다
진상 손님이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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