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13, 2012

택시 이야기 (2): 대화가 하고 싶었던 택시 기사 이야기

이건 내가 여의도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왠지 네이버 블로그에 이 얘기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또 쓸란다.)

그때도 요새 빡세게 야근, 철야 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패턴이었다.
새벽까지 일 하고 택시타고 퇴근하고
다음날 점심때쯤 나와서 다시 일하고의 반복.

그 상황에서도 힘을 내서 일할 수 있었던건
같이 힘내서 일했던 동료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암튼
늦은 시간 콜택시를 불러서 인천까지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택시 기사분이 내게 이렇게 물어봤다.

"혹시 기자분이세요?"

내가 어딜 봐서 기자라고 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내가 나온 건물이 국민일보 건물이라는걸 알고 차분히 얘기해줬다.

"아뇨, 건물은 그런데 다른 회사에 파견 근무 나왔어요."

택시 기사분이 곧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기자였으면 얘기하려고 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얘기인즉슨
자기 딸이 남편을 잘못 만나서 고생하고 있다.
정신이 이상해 져서 병원도 다니고 그래봤는데 잘 고쳐지지도 않고
이상해져 가는 딸이 보니 답답하다.

대충 이런 개인사에 대한걸 얘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얘기를 신문사 기자의 힘을 빌어서 언론에 얘기해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러시냐고 하면서 대꾸는 해 주었지만
일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해줄 수 있는건 없었다.

어차피 택시 기사와 손님 사이로 만난건데 더 이상 해줄 수 없는게 미안한 일은 아니었기에
그냥 사정이 딱하시네요 정도만 얘기해준 것 같다.

그리고
그 후로도 많은 택시를 타 봤지만
뭔가 도움을 요청하는 식의 얘기를 하는 택시기사분을 본 적은 없다.
정치 얘기나 사는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하는 택시기사는 많이 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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