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23, 2012

손 편지 숙제

O를 생각하면 항상 두근두근 거리고 설레인다.
특히 만나기 며칠 전 부터 점점 심해져서
만나는 날 최고조에 달하는 것 같다.

지난 주
O를 만나고 난 후에
난 편지를 써서 내 마음을 전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 대로 됐을 때 이후의 이야기이지만
난 꼭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옛날에 사 뒀던 예쁜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꺼내
잘 나오지도 않는 볼펜으로 최대한 글씨를 잘 쓰도록 노력해서 썼지만
결국 글씨는 내 마음에 들진 않았던 것 같다.
글씨는 그래도 내 마음은 100% 그대로 담았다.
최소한 그 마음만이라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편지를 준비한다는 건 요즘 시대와 달리 아날로그적 감성을 상대방에게 더 전달할 수 있다.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andbaby&logNo=150110845435&parentCategoryNo=45&viewDate=&currentPage=1&listtype=0  >

O를 만나고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꺼냈다.
O는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내 마음을 받아 주었다.
그 순간 만큼의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

O는 곧 이렇게 얘기했다.
"너에게 한가지 숙제를 내줄께! 너가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나한테 줬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다.
O가 원하는 그 손 편지는
내가 O에게 주려고 미리 준비했었으니까!

이런 마음이 통하다니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모른체 하고 물어봤다.
"언제까지?"
"음... 빠르면 좋겠지 다음주?"
"다음주라... 지금은? right now."
"응? 지금?"

그리고 O에게 편지를 전해줬다.
O 역시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치도 못한 편지를 얘기하자 마자 받게 될 줄은 몰랐을테니까.
난 글씨를 잘 못써서 못읽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는데
편지봉투에 쓴 글을 보곤, 잘 쓰는거 같다고 얘기해 줬다.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지만
나와 O는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기막힌 우연은 겪어 보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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