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23, 2012

꽃 향기와 향수 냄새

O를 다시 만나기로 한건
이제 막 봄으로 접어들 때였다.

그때는
벚꽃이 피기엔 이른 때였지만
나는 O를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에
따뜻한 봄 햇살과
시원한 한강의 바람을 느끼며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첫사랑 노래를 들으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O를 기다렸다.

<벚꽃을 보면 봄을 느낄 수 있다.
출처:  http://spirea.egloos.com/4694789 >

다시 만나게 된 O는 아직도 어색했지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난 정말 좋았었다.
비록 윤중로의 많은 사람들 때문에 O는 좀 싫어했지만
벚꽃이 채 피지도 않은 윤중로를 거니는 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날 나는
O를 위해 그 동안 조금씩 연습했던 우쿨렐레를 연주해 주려고 했다.
비록 실력은 형편없지만
O를 위해서
그리고 벚꽃 축제가 열리는 윤중로에서 꼭 연주해 주고 싶었다.

국회의사당 오른편의 언덕 쯤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목련 나무가 저 멀리 보이는 곳에서
바람이 불어 왔고
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와서 내 코를 자극했다.

"O, 꽃 향기 나지 않아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잘 맡아봐요, 지금도 나는데 꽃 향기 안나요?"
"네, 안나는데... 제가 이상한건가요?"

난 분명히 꽃 향기를 맡았는데
O는 아니라고 했다.
좀 의아했지만 그땐 그렇게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 주 휴일에 다시 만났다.
비오는 궂은 날씨여서 영화를 같이 보기로 했고
상영관에 자리를 잡은 후에 O가 외투를 벗고 앉았는데
저번주에 맡았던
분명 그 꽃 향기가 났다.

그럼...
그때 꽃 향기가 O의 향수 냄새?
그래서 영화 시작하기 전에
저번에 꽃 향기 났던 걸 기억하냐고
내가 O의 향수 냄새를 꽃 향기로 맡은 것 같다고 하니까
역시 아니라고 했다.

분명
같은 향기가 맞다.
O에게서 나는 향수 냄새는
독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달콤하고 진한 꽃 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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