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7, 2012

영화 후기: 건축학개론

-- 모든 영화 후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하지 않으면 안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

토요일 주말인데
출근해서 적당히 일하고 저녁에 볼 생각으로 본 영화이다.

<건축학개론 포스터, 꼭 봐야 한다 두번 봐야 한다.
출처: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708358&PAGE_CD=N0120  >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한가인과, 수지가 나온다길래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최근에 영화 보고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웃었다.
건축학개론 검색해서 어린 승민(이제훈)역의 재수생 역인 납뜩이(조정석) 명대사들 보고
30초를 웃은 다음에야 이 글을 다시 쓸 정도로 미친듯이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조금 다른 얘긴데
현재는 2012년 그리고 15년 전의 풋풋했던 대학생 시절이라면 정확히 1997년
내가 97 학번이니까 그 시대가 반영이 되었어야 하는데
왠지 97학번이 아니고 95나 94학번쯤 됐어야 하는 노래와 삐삐 그리고 CDP까지...
시대 설정이 몇년 좀 빗나간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1994년 발매니까 94학번의 이야기여야 하고
15년 후면 2009년이어야 하는데
아... 2009년이 현재가 맞는건가?
건축학개론 영화에서 현재가 2009이 맞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ㅎㅎ
내가 97학번이어서 한번 계산해 본 것이다.

어쨌든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몇 가지 포인트를 잡은 것은 아래 세가지+번외다.
1. 집이라는 것의 의미
2. 재수생 납뜩이의 완전 공감
3. 첫사랑의 추억
*** 사랑스러운 여배우들

1. 집이라는 것의 의미

영화 타이틀이 건축학개론이기에
영화에서 짚어주는 집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과거 승민과 과거 서연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 얘기한 곳이 정릉 근처의 주인 없는 집이고
첫눈 오는날 만나기로 한 곳도 그 집이다.
첫눈 오는날 만나지는 않았지만 영화 마지막에 과거 서연이 두고간
전람회 CD와 CDP를 전달해 줬다는 건
과거 승민이 그 집을 갔었다는 의미고, 서로 그 집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서연이 과거 승민에게 지어달라는 집을 종이에 그렸었는데
과거 승민이 그걸 보고 모델을 만들어온 집
나중에 그 집을 현재 서연이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는 것.
집이라는 매개체가 둘의 사이를 확인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실제 집이 아니어도 그 둘의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서연이 짓고 싶어하는 집도
사실은 아버지를 위한 집이긴 하지만
과거의 약속을 잊지 않고 현재의 승민에게 부탁한 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현재 승민, 과거 승민 둘다
자기 어머니에게 이사 갈 것을 권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기가 살던 집이고 여기서 살다 죽을 집
그러니까 어머니에게는 살던 집 외에는 집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또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

2. 재수생 납뜩이의 완전 공감

시대를 정확히 반영하는 옷차림새 말투 그리고 행동 방식까지
90년대 중후반을 살아왔던 30대 중후반 사람에게
이렇게 까지 친근하고 와 닿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감독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도 97학번이었고
재수했던 친구와 술 마시면서 여자얘기 신세한탄 얘기
정말 줄줄이 했었고
욕도 하고 그 여자가 좋니 안좋니 나쁜년은 잊으라는 것 까지
내 친구와 싱크로율이 너무 맞아 떨어져서 더 정이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숫기 없던 과거 승민에게는 더 없이 좋은 술친구이자 연애상담 친구로
깨알같은 욕과 애드립은
정말 나를 한참동안이나 웃게 만들었었다.
실제로 공감이 안되는 사람들은 조금 웃다 말았는데
나 처럼 계속 웃는 사람들을 대충 둘러 보니까
다 내 나이 또래들이었던 같다.

3. 첫사랑의 추억

나 역시도 97년에 대학 다닐때에도 첫사랑의 추억이 있다.
영화와 달리 나의 첫사랑은 지금 큰딸은 초등학교 보내야 하는 아줌마가 되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속 과거 승민과 과거 서연의 풋풋한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너무나 많이 나서 계속 미소 지으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그 떨림, 그 수줍음, 말 못할 사연들, 다가서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던 오해들
정말 나와 다르지 않은 그 시절의 순수함을 느끼고 있다는 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지금의 나도
그 첫사랑에 대한 소식도 간간히 듣고
동기들 끼리 카톡으로 그룹 채팅을 하다 보면 다 각자 사는데 고생들 하는구나 느끼기도 하고 그렇다.

만약 내 첫사랑도 결혼하지 않고 옛 추억을 기억한채 날 찾아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 만으로도 재밌고 즐거울 것만 같다.

*** 사랑스러운 여배우들

한가인이야 최근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예전부터 한가인이라는 배우를 좋아했었다.
내 이상형과는 좀 많이 다르지만 새침한 이미지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수지는 시크릿의 전효성 다음으로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인데
건축학 개론을 통해 좋은 연기 변신을 보여준 것 같다.
수지는 정말 그 귀여움 때문에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여자 둘이 한 영화에 나오다니
이건 마치 셜록 홈즈에서 좋아하는 배우 둘이 한꺼번에 주연으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로)

그리고
이런 사랑스러운 여배우들을 특정 각도에서 잡아주는 씬이 몇이 있는데
남자들만이 잡아낼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영화에서는 과거 서연과의 첫키스 장면에서 입술만 나오는 장면이라던지
과거 서연과 현재 서연의 옆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던지 하는 것들
좋아하는 여자를 바라봤을 때 보여지는 그런 장면을 카메라에 까지 담아내서 느끼게 한다는 건 연출력이라고 보고 싶다.

건축학개론
정말 옛날 생각도 나고
설레이기도 하고
엄청나게 웃기기도 한
좋은 영화를 만든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포스트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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